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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15분 도시’는 무엇을 시사하고 있나

  • 입력 2022.12.13 00:00
  • 수정 2022.12.13 08:51
  • 기자명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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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파리는 유럽의 중심지이다. 17세기부터 외교, 상업, 예술, 요리, 과학의 허브 역할을 한 덕분이다. 특히 유적과 미술관이 많아 낭만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세느강을 중심으로 풍광이 뛰어나 세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도시다. 하지만 면적은 의외로 작아 서울의 1/6 정도인 105.4km²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17만명에 이르러 인구밀도가 서유럽에서 가장 높다.

코로나 팬데믹이후 파리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동안 봉쇄조치로 사람들은 아침마다 빵을 사고, 학교에 가며 공원에 산책하는 등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파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해 2015년 파리협약을 맺어 탄소중립을 위한 중심도시가 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파리는 ‘15분 도시(Ville du quart d'heure)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15분 도시' 개념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필수 서비스가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거리에 있도록 하는 생활패턴모델을 말한다. 집에서 15분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탄소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에서 출발했다. 도시 내 개별 지역은 거주, 일, 쇼핑, 의료, 교육 및 오락의 기본적인 6가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이를 처음으로 제안한 파리 1대학 모레나 교수는 건물이 조밀하고 인구가 많은 도시들은 더 많이 걷고 자전거를 이용해 탄소가 없는 공간으로 바꾸는 새로운 도시 재창조를 주장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파리 사람들은 자동차 중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하며, 이는 지역적인 삶의 방식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15분 도시‘는 삶과 도시를 단순화함으로써 주민의 복지 증진은 물론 기후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정치권에서 주목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도로를 자전거 전용으로 만들어야 하고 주차장을 폐쇄해야 한다. 파리시는 2024년까지 3억 유로의 예산으로 6만 대의 주차 공간을 자전거 정류장으로 전환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도 확대하고 있다.

파리 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5분 도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달고 파리시장은 2020년 6월 선거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다수의 파리지앙들이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와 보행자 공간을 늘리는 것에 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5%의 ‘참여예산’을 25%까지 대폭 늘이기로 했다.

파리의 사례는 친환경도시건설을 위해 모인 ‘C40’ 도시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C40은 2005년 10월 런던 시장이 기후 오염을 공동 대응하기 위해 18개 대도시의 대표들과 'C20'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현재 C40은 세계 인구의 약 8%와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전 세계 97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C40은 기후변화에 맞서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위험을 줄이며 동시에 도시 시민들의 건강, 복지 및 경제적 기회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15분 도시’ 개념은 C40 회원 도시인 더블린, 발렌시아, 코펜하겐, 오타와, 멜버른, 싱가포르 등의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15분의 도시'로 파리의 주요 도로는 자동차가 접근할 수 없고, 학교 운동장은 주말과 방과후 공원으로 개조되어 지역민에게 더 쾌적한 일상을 제공한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면서 ‘도시의 생태적 변화’를 만들고 나아가 시민들이 행복해진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는 석유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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